시론
정청조 한국가정문화연구원 대표 / 행정학박사
설, 그 명절은 차라리 청춘들에겐 명절이 아니라 아비규환을 자아내는 지옥절이다.
글쓰는 이는 40여년을 대학 강단을 지켜오고 있는 거지나 다름없는 속칭 이름 없는 학자다.
80이 가까운 나이에 대학강단에서 학문을 전수하는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젊은이들의 눈물어린 생활상을 바라보며 위로(?)의 넋두리를 읊어대는 그런 존재다.
지금 그런 청년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N포세대를 구가하는 지경에 처해 있는 제자들과 그들 동료들의 딱한 처지가 안쓰러워 썰을 푼다.
극심한 취업난에 빚은 쌓이고 소득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 아파서 그렇다.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서 배운 학문은 뒤로한 채, 취업용 ‘스펙 쌓기’의 고단함과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도 증가 추세다.
어느 연구기관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9%로 통계편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고다.
전체 실업률이 지난 2010년 이후 3%대를 유지한데 반해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7%대에서 10%가까이로 상승했다.
청년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치인 22.7%로 전체 체감실업률(11.1%)보다 2배 높다는 사실이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보니 빚은 늘고 소득은 주는 악순환이 심해지면서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30세미만 청년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2∼2016년 동안 85.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 증가율 28.8%보다 3배 높다.
반면 청년가구주의 가처분 소득은 2015년 2,823만원에서 2016년 2,814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30세 미만 가구의 소비지출은 2013년 2,299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1,86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주거비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작 식료품, 의류, 보건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청년들의 고통은 이들을 부양하는 부모세대에도 전이된다.
오랜 취업 준비와 경쟁은 청년들의 정신건강도 해치고 있다.
2012∼2016년 국내 청소년 인구10만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증가율은 4.7%로 전체 1.6%의 3배다.
구직을 위해 청년들이 주요 도시에 몰리면서 청년층 주거 빈곤율도 평균 15%, 서울의 경우 30%에 육박할만큼 열악하다.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적인 직업훈련과 현장 경험 확대를 통한 기업의 인력 수요에 부응해야 하는 정책이 급선무이건만, 무능한 정부, 아마추어 정책은 아직도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못하고 헤메고 있어 강단을 지키며 이런 청년들의 고뇌를 바라보며 속수무책인 교수라는 직업이 한스럽기만 하다.
대학 나오면 곧 대기업에 취업해 꿈을 펼칠거란 야망을 품고 대학 4년을 빚으로 졸업한 제자들이 비싼 이자 못 갚아 울고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글자그대로 죽을 지경이다.
www.auto-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