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신선호 국장
현대기아차 이대로 공든 탑 무너지나
고객에게 자숙·미안·겸허한 자세 아쉬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속담 깊이 새겨야
세계 자동차 강국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그 동안 꿔온 꿈이 물거품 될 지경에 처했다.
현대기아차가 수 십 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4일 미국 땅에서 하루아침에 무너질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무려 187만대에 이르는 엄청난 차량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된 때문이다.
이번 리콜은 사태는 지난해 연말에 터진 연비 과대 표시 논란과 현대차의 대표 모델 쏘나타의 충격흡수 장치 결함 리콜에 연이은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서 리콜 된 차량 대수는 190만대로 현대기아차가 실시한 단위 리콜 중 최대 규모다.
그리고 도마 위에 오른 차 대부분이 수출 전략 차종에 해당돼 파장 또한 작지 않다.
현재 리콜 된 차종은 국내 모델 이름이 아반테인 신형 엘란트라를 비롯해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쏘울.
생산 시기는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 제작된 현대차 7개 모델과 기아차 6개 모델로 13종류며 총 187만대다.
이 규모는 이제까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서 실시한 단위 리콜 중 최대 규모로 한 해 국내서 팔리는 전체 자동차 대수보다 많은 양이다.
美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168만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는 전자적 결함이 발견됐으며, 나머지 19만대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펼쳐질 때 천장 구조물이 함께 떨어져 나갈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드 커튼 에어백 결함은 국내서 아반떼로 팔리고 있는 신형 엘란트라 1차종.
국내 리콜 대상은 2009년 7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생산된 아반떼 등 현대차 11만여 대와 2010년 6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생산된 쏘울 등 기아차 5만여 대다.
현대기아차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들 차종이 더구나 미국 시장서 터진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란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현대기아차에 불어 닥친 이 같은 위기는 지난번 사건과 성격이 매우 흡사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의 국면이다.
모든 것이 여기서 멈추고 일단락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전세계로 파장이 번진다면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또 현대기아차 한 기업의 신뢰도 추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피해가 일파만파로 발생할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것은 결국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오고 그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2∼3년 전에 지켜보았던 일본 토요타 리콜 사건을 상기하며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놓고 업계 일각에선 과거 토요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런 만큼 현대기아차는 이 사태를 보다 슬기롭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더 이상 이 같은 일을 번복해선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자만하기보단 깊이 각성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는데 한 점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사태와 관련 브레이크등 결함으로 사고가 난 사례는 없었으며, 브레이크 작동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은 어찌 보면 발 빠른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히려 여러 가지 추측을 낳을 수 있음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또 이 같은 처세에 대해 스스로 잘했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듣는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은 섣부른 생각이란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이는 누가 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건방지다는 인식과 의도적으로 상대를 자극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곰곰이 되씹어 생각해 볼 일이다.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국내 판매 차량 16만대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무상 수리’ 한다는 처세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행동과 말은 당연하겠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참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반성은커녕 오만 방자하고 불손하다며 불쾌하다고 느끼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일과 관련해 해명에 가깝게 말한 이 같은 제작 결함에도 아직까지 단 한차례의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런 이유에서 간이 부었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기업답게 자숙하고 모든 고객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더 나아가 대국민 사과의 겸허한 자세도 보여야 한다.
원인 제공을 비켜갈 수 없는 탓이다.
물론 제작 결함에도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점과 신속한 대응은 나무랄 데 없고 잘한 일다.
당연히 칭찬받을 만하다.
왜냐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었기 망정이지 만에 하나 리콜 전에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어쨌을까 하는 하기 조차 싫은 상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사후 약방문이 무슨 소용 있겠냔 뜻이다.
현대 기아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